길은 언제나 내 앞에 펼쳐져 있지만,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비로소 길이 된다.
내가 발걸음을 내딛기 전에는
다만 하나의 풍경에 지나지 않는다.
깊은 산을 향해 나있는 작은 길 앞에서,
혹은 안개 어린 강가로 고즈넉이 뻗어있는 길 앞에서
그 아름다움에 찬탄을 하곤 하지만,
그것은 그저 하나의 풍경일 뿐이다.
내가 가지 않은 길이 어찌 길일 수 있으랴.
첫걸음을 디디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은
때때로 설렘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알 수 없는 두려움을 준다.
처음 가보는 동네, 처음 가보는 산길, 처음 가보는 섬.
어디든지 처음 가보는 곳은 셀렘과 함께 두려움을 던져준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알지 못하는 곳이기 때문일 터이다.
내 몸에 익숙하지 않은 곳이 주는 불편함
혹은 위험이 언제나 감돌고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에,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리라.
그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자신이 살고 있는 터전을
쉽게 벗어나지 않는다.
어쩌면 벗어나려는 의지가 거의 없을지도 모르겠다.
첫걸음을 떼는 마음으로 중에서-
김풍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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