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향기

산을 오르며

만년소녀~ 2011. 8. 27. 21:39

산을 오르며 / 조회숙 산을 오른다 누군가가 닦아놓은 오솔길을 따라 저벅저벅 걸음을 옮겨 놓는다 한 발짝에 세상시름 녹여내고 두 발짝에 거친 한 숨 몰아쉬며 숲 향기를 폐부 깊숙이 구겨 넣는다 중턱을 지나고 반질반질 손때 묻은 비탈길을 올라 정상에 서고 보면 거친 인생길도 하룻길인 것을 어쩌자고 아옹다옹 가슴 졸이며 괴로움에 지치는지 아집이 쌓아올린 벽은 통로를 가로막고 숨통을 조이고 대화의 연결고리마저 끊어버린 허무한 인생사 내가 가는 이 길도 처음엔 울창한 숲이었거나 가시덤불이었거나 헤쳐 나가다 보니 길이 되고 통로가 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