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서리꽃 (덕유산)
매년 겨울이면 들려오는 눈소식과
눈부신 상고대의 풍경을 보면서
나도 한 번 그 풍경속으로 빠져들고 싶었다.
상고대라는 것이 날씨와 온도가 맞아야 볼 수 있는 것임을 알기에
올해는 꼭 보게 해 달라는 소망을 담아 덕유산으로 떠났다.
덕이 많고 너그러운 모산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덕유산은
전라북도 무주군 안성면 설천면과 경상남도 거창군에 걸쳐 있는 산으로 주봉우리인 향적봉(1614m)을 중심으로
대봉, 중봉, 삿갓봉 등 해발고도 1300m 안팎의 봉우리들이 줄지어 솟아 있어 장관을 이룬단다.
덕유산은 특히 겨우내 상고대가 피어 있어
눈이 오지 않더라도 때 묻지 않은 순백의 미를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설렘과 기대를 안고 간절한 마음으을 담아 남으로 달렸다.
(상고대는 습기를 머금은 구름과 안개가 급격한 추위로 나무에 엉겨 붙은 것으로
해발 1000m 이상 고지에서 영하 6도 이하, 습도 90% 이상일 때 주로 피는 서리꽃이다.)
밤길을 쉼없이 달려 무주로 가는 길은
밤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며 우리와 동행을 해 주었다.
서울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별님들~~!!
어릴적 마당에 모깃불 피워놓고 멍석에 누워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것만 같았던 은하수들을 떠 올리며
추억과 공존하는 고향의 푸근함을 맛보며 좋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길은
언제 떠나도 기쁨과 즐거움이 두배이다.
드뎌 덕유산에 도착~~~!!
너무 서두른 탓에 아직은 인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새벽 찬 공기만이 우리를 반가히 맞아준다.
하지만 코끝으로 스미는 알싸한 찬바람은 춥다기보다 오히려 상쾌하기까지 하다.
아직은 동이 틀려면 한 두시간은 더 가디려야 될 듯 싶지만
성고대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시간과 추위는 별로 문제 될 것이 없다.
여명이 서서히 밝아오고 하나 둘 씩 모여드는 인파와 차량행렬은
어느새 주차장을 꽉 메워
조용하기만 하던 덕유산은 순식간에 인파로 북적인다.
아마도 스키장이 있어서 더 인산인해를 이룬 것 같다.
끝없이 늘어선 인파사이를 비집고 곤돌라를 타고 오르는 덕유산 !!
서서히 정상이 가까워지자
눈 앞에 펼쳐지는 눈부신 환상적인 풍경에
그만 입이 쩍 벌어져 다물지를 못하고 연신 감탄사만 흘러 나온다.
난생처음 보는 상고대~~!!
나뭇가지에 겹겹히 얼어붙은 서리꽃의 향연!!
세상에 어느 화가가 이토록 멋진 설경을 그려 낼 수 있을 까??
세상에 어떤 기술로 이러한 풍경을 만들 수 있을 까??
어떠한 언어로도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표현 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면서
넋을 잃고 바라만 보다가 울컥 감동이 밀려오기도 한다.
까만 기와지붕위에도 하얀 서리꽃이 만발을 했고
살아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에도
서리꽃이 살짝 내려앉아 하얗게 옷을 덧입혀 주었다.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탄성!!
찰칵찰칵 순간을 담으려는 셔터음 소리로 가득해진 정상에는
이미 서리꽃 축제가 한창이다.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설원의 풍경이 한 폭의 그림같이 펼쳐져
마치 천국에 온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어느 방향이나 어느 곳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멋진 걸작품이 되는 아름다운 풍경!!
그 얼마니 그리워했던가~~~
그 얼마나 보고싶었던가~~
너무도 황홀한 풍경에 눈맞춤을 하고나니
가슴이 먹먹해져 그저 우리나라 좋은 나라를 외치며
이 좋은 풍경을 주신이에게 감사를 드린다.
아무리 담고 또 담아도
아무리 보고 또 봐도
덕유산에 펼쳐지는 풍경을 제대로 담기에는 너무도 부족하고 나약한 인간임을 알기에
그저 가슴에 꾹꾹 눌러담고, 눈에 익히고
마음판에 고이고이 새기면서 연신 셧터를 놀러보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그대로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잠깐씩 드러나는 파란 하늘과의 숨바꼭질 놀음에 같이 놀아보기도 하고
구름이 바람따라 흐르는 갈목을 지나서
눈보라가 안개처럼 자니는 길 위에서
꿈인듯 천국인듯 모른채 서리꽃이 만발한 풍경에 마음을 흠뻑 빼앗겼다.
이렇게 통통하게 살 오른 서리꽃의 속살은
가느다란 나뭇가지가 안간힘을 쓰고 버틴 희생으로
우리에게 이 좋은 풍경을 만들어 주는 까닭에
오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고 기쁨과 행복을 맛보게 해준다.
한낱 보잘것 없는 들풀에도
수증기와 안개의 입맞춤이 더해지면서
밝고 환한 서리꽃으로 태어났다.
언듯보면 바다의 신호초같기도 하다.
아음다운 자연앞에서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 하나가 된다.
지나는 이마다 보는이마다 감탄사가 연신 흘러나온 것을 보면 말이다.
바람과 구름, 안개가 짝이되어
사르르 밀려가는 풍경들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햇님도 가끔은 우리들의 얼굴이 보고 싶은가보다.
빼꼼히 고개를 매밀고 방긋 웃음을 건내는 것을 보니...
두등실 떠 가는 구름과
눈덮인 산야의 풍경과 어우러지는 서리꽃을 어디에다 비유를 해야 할지...
정상에 서 있는 향적봉 정상 표지석를 담기가 매우 어렵다.
끊이지않은 등산객들의 인증샷 때문에 간신히 건지는가 싶었더니
왠걸 어느 새 낯선이가 담겨있다.
한 계단 한 계단 힘겹게 오르는 저 발길끝에는
뜻하지 않은 아름다운 선물이 기다리고 잇다는 것을 알기에
눈덮인 산길이 힘들지만은 않으리라...
몽글몽글 피어나는 서리꽃의 아찔한 아름다움에
어디 한곳에만 시선을 두기가 어렵다.
거칠기만 하던 나뭇결에도 마른잎새에도
하얀 서리꽃은이 피었다.
이렇듯 자연은 서열도 빈부격차도 가리지 않는다.
우리에게 자연이 없다면
어떻게 살아갈까~~~
조금이라도 자연의 품속을 떠나 있으면 마음샘은 어느 새 메말라 쩍쩍 갈라진다.
그럴때는 그 어디에서도 치료가 불가능한데,
자연의 신비하고 경이로운 품속에 안기고나면
구석구석 쌓여있던 찌꺼기들이 사르르 녹아들곤 하는탓에
이 귀한 자연앞에서 서면 더욱 숙연해진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는 늘 자연앞에서는 한낱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은 그것을 망각하곤 한다.
이렇듯 경이로운 자연앞에 서고나면
인간의 나약함과 부족함을 다시한번 실감하며 겸손해지는 것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한 계절 아름답지 않은 계절이 없지만
화사한 꽃보다 푸른숲보다 형형색색 곱게 물든 단풍보다 더 아름다운 서리꽃에 반하고보니
꽃중의 꽃은 서리꽃인 것 같다.
오늘 또 자연의 위대함과 숭고함에
교만한 마음과 몸을 낮추며
이렇게 아름다운 날과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허락하신이게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