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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삼 모녀의 여행!!

다람쥐 쳇바퀴돌듯 단조로운 일상에 염증을 느껴서인지...

아니면 세월의 흐름을 아쉬워한 탓인지

언제부터인지 어다론가 훌쩍 떠나고픈 충동이 들곤 했지만

삶의 여건을 핑계삼고 주저앉기만을 지속하다

이번에는 기필코 한 번 실천 해 보리라 마음먹고 용기내어 실행에 옮겼다.

 

목적지는 고향으로 잡았지만

구체적인 시간도 날자도 잡지않고

그냥 발길 닿는데로 마음가는데로 가보리라는 결심으로

어머니, 동생 삼모녀가 야간열차에 몸을 실었다.

 

대중교통에다  어머님도 연로하신데 

과연 우리가 알마만큼 돌아다닐 수 있을까 하며

두려움반 설레임반으로 시작한 여행은  

 새벽 네시가 되서야 순천역에 우리를 내려 놓았다.

 

여명을 헤치고 처음 발길을 옮긴 곳은 순천만!!

좀더 시원한 여행을 하려 유람선을 타려했건만

마침 물때가 맞지않아 배가 뜨지 않는다는 말에

작열하는 태양을 이고 갈대밭을 걸어 전망대로 향하는 발길은 

연신 땀방울을 훔쳐내야 했지만

간간히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과 갈대들의 수런거림에

마음은 상쾌하고 즐거웠다.

 

 오랫만에 발길을 옮겨놓은 고향땅은

여기저기 추억을 씨앗들이 자라 많이 변한곳도 있지만

아직도 예전의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곳도 종종 눈에 띄어

옛 향기를 가슴에 가득 안겨다 준다.

 

정갈하고 맛깔나는 전라도 정식으로 허기를 채우고

고즈넉한 산사에 잠자리를 정하고

 울창한 숲의 향기로 빈 마음을 채우고 송광사에 정기를 흠뻑 마시며

추억을 되새김질을 하다보니 미소가 절로 피어난다.

 

어릴적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소풍왔던 이곳을

지금 와보니 거리가 만만치 않다.

이렇게 먼 곳을 어떻게 그 작은 다리로 걸어 다녔는지...

그 시절의 어린이들이 참으로 대견스러워진다.

 

고즈넉한 산사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추억의 책장을 한 장 두 장 넘기다보니 마음이 먼저 고향을 달려가는 바람에

서둘러 나의 탯자리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국도를 신나게 달리는 버스는 그 옛날 덜커덩거리던 요란한 울림도

뽀얀 먼지의 정겨운 흔적도 찾아 볼 수 없지만

추억이 고스란히 스며있는 그 길을 쌩쌩 잘도 달려간다.

(그 옛날에 먼지나는 산작로를 달리는 버스 뒷꽁무니를 참 많이도 쫒아 다녔었는데....)

 

눈에 들어오는 반가운 이정표와 마을 이름들 저수지...

어느 한 가지도 그냥 흘려 보낼 수 없는 풍경들이

우리의 마음을 헤집고 들어와 그 시절의 타임머신을 태우는 탓에

새록새록 솟아나는 옛 추억에 우리들의 수다는 그칠 줄 모른다. 

 

아~~~!!

그렇게 그립고 오고 싶었던 그리운 고향이다.

 

 

어머니가 장에 갔다 알 사탕 사 오시던  그 길을 들어서니 감회가 새롭다. 

예나 지금이나 늠름하게 버티고 선 당산나무는

코흘리개 꼬맹이 소녀가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이 되어 찾았건만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다.

 

졸졸졸 흐르는 또랑물에 가재잡고 멱감던 냇가는

골프장 건설로 물이 마르고

일곱남매가 오순도순 살아가던 정겨운 우리집은

주인을 잃어버린지 오래된 탓에 잡초만 무성하여

집터인지 밭인지 구별하기가 힘들지만

더듬더듬 추억을 되짚으며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니

옛 동무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여기는 누구누구의 집, 여긴 우리가 숨바꼭질 하고

여기는 우리가 소꿉놀이하며 엄마 아빠되어 놀던 곳...

비록 시끌벅적한 꼬맹이들의 아우성과

서산에 해넘이가 시작되면 모락모락 연기를 피워내던 정겨움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은 고향의 푸근함과 따뜻한 정은

그대로 베어있다.

 

또 십여리를 걸어 오갔던 논둑길은 농지정리로 흔적없이 사라지고

학생들의 아우성이 가득했던 운동장은 적막감마저 감돌지만

어릴적 꿈을 심고 가꾸었던 나무들은 그 자리에서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여운이 남은 고향을 뒤로하고

은은하고 곧은 대나무로 유명한 죽녹원을 가기로 하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마침 담양에 사시는 친절하신 아주머니를 만나

 맛있는 음식점 소개와 메타세콰이어길과 관방제림,

죽녹원을 한번에 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시고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태워 주신 덕분에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고 인정이 메마른 현실이라 할지라도

아직까지 시골의 넉넉한 인심은 그대로이다. 

그렇게 친절을 베푸신 아주머니께

몇번이고 고맙다는 인사를 건냈지만

연락처라도 받아둘 걸 하는 마음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금까지 여행은 그저 차로 움직여야만 된다는 고정관념으로

대중교통으론 엄두도 못내고 살았다.

그런데 용기내어 실행에 옮기고 보니 

 차로는 놓지기쉬운 것들을 구석구석 볼 수 있음이 참 좋았다.

 

항상 대식구가 이동하는 번거로움을 피해

삼모녀가 단촐하게 보내는 이번 여행은

 밤새워 이야기 꽃도 피울 수 있어 좋았고

무엇보다도 연세 많으신 우리 어머니께서 같이 다니실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이번 여행을 통해서 또 하나의 용기를 얻었다.

 

여행은 우리에게 참 많은것을 가르쳐준다.

삶의 휴식과 활기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뾰족하고 모난 마음들을 치유해주기도 하고

마음의 키를 한자씩이나 자라게도 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여행을 많이 다녀야겠다는 다짐을 해보며

우리를 친절하게 안내해 주신 아주머니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며....

마음의 평안을 제공한 자연에게도 두손을 곱게 모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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