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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향기

[스크랩] 추석



 추석/ 조회숙
길가의 코스모스 하늘하늘 날개 짓하고
누렇게 익은 벼이삭이 고개를 반쯤 숙일 때면
길모퉁이 아스라이 멀어진 모퉁이 길에
어머님의 눈은 고정중이시다
아침 일찍부터 집안 대청소에
골목까지 깨끗이 쓸어놓고
분주한 손놀림과 잰걸음으로
부엌을 들락거리시면 
굴뚝엔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객지에 나간 자식들의 귀향을 기다리신다
저만치 돌아서는 모퉁이 길에
두 손 가득 선물꾸러미를 들고 오는 
자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면
한 걸음에 달려 나오신 어머니는 
박꽃 같은 하얀 미소로 넉넉한 품을 내어주신다
서산에 노을빛이 빨갛게 물들고
휘영청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르면
적막했던 시골마을은 
왁자지껄 사람 사는 내음으로 가득 채워지고
골목마다 달그림자 지는 담장너머로 
웃음소리가 넘나든다
스르르르 귀뚜라미 노랫소리에 
보름달이 차오르면
부모님의 오랜 기다림이 녹녹히 녹아내리고
도란도란  그리움 녹여내는 이야기소리에
달님이 방그레 미소 지으며 추석을 예고한다.


    출처 : 60쥐띠사랑
    글쓴이 : 조회숙(만년소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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