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의 손 / 조회숙
당신의 피를 빨아 먹고
당신의 투박한 손끝에 매달린
칠남매의 허기를 채워주려
당신의 손은 늘 흙물이 들어 있었지요.
쩍쩍 갈라진 손톱사이
삶의 누더기처럼 생체기가 가득해도
토담 방에 모여 앉은 제비 같은 자식위해
거친 손마디로 보듬어 안아 준 당신의 손
그때는 몰랐습니다
당신의 손이 그렇게 귀한 손인지를
그때는 몰랐습니다
당신의 손이 그렇게 든든한지를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당신의 딱딱하게 굳은 살 박힌 손길을
이제는 압니다
당신의 손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것을
오늘은 그 투박하고 거친 손길이 참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 손을 잡을 수도
만질 수도 없습니다
그리운 당신앞에
향기 가득한 국화 한 다발 놓아드리는 일밖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