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버리기 / 조회숙
옷장에 옷이 쌓여간다
신발장에 신발이 쌓여간다
언제부턴가 집안에 물건들이 넘쳐났다
그냥 아까워서
다음에 필요할 것 같아서
이런저런 핑계로 채우기만을 고집했던 까닭이다
딸아이 결혼을 핑계 삼아
하나씩 정리를 시작했다
켜켜이 쌓여있던 먼지를 제거하듯
정리를 하다 보니
필요 없는 물건들도 있다
왜 내가 이런 것들을 지금까지 두었을까??
과감하게 버렸다
슬그머니 미련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면
인정사정없이 뿌리치면서
그렇게 하다 보니
신기하게도 그렇게 아깝게 여겨졌던 물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버릴 수 있었다
지금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앞으로도 필요하지 않을 것인데,
유행이 또 다시 돌아온다 해도
절대 그 옷은 입지 않을 걸 알면서도
넣고 또 구겨 넣으며 채우기만을 고집했는지
부질없는 욕심그릇이 너무 컸나보다
그렇게 하나, 둘, 쌓였던 물건들을 정리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넓어진 것은 집안뿐만이 아니다
마음의 방도 넓고 깨끗해졌다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고, 세상도 환해진 듯 밝아졌다
이렇게 가벼운 것을, 이렇게 홀가분한 것을
그동안 놓지 못하고 붙잡고 살았구나
헛된 욕심줄을 붙잡고
아등바등 살아 온 인생길이 두서없이 쌓여있다
지금부터는 잘 버리는 연습을 해야겠다
생각주머니도
채우기보다 잘 버리는 것이
아름다운 삶을 가꾸는 것임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