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인가 싶었더니
갑작스런 눈꽃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햐얗게 수채화를 그려 놓았다.
봄기운이 마악 물오름을 시작하려는데....
시린 겨울은 그냥 떠나기가 아쉬웠는지
밤사이 온 세상에 하얀 융단을 깔아 놓고
겨울의 운치를 맘껏 즐겨보라 손짓하는탓에
하늘이 내려준 축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가까운 앞산으로 산책을 나섰다.
엇그제까지만해도 봉긋한 몽우리에 봄내음을 풍기며
따스한 햇살속에 수런거림를 시작했던 숲이
갑작스런 눈송이의 방문에 깜작놀랜 기색이 역력하지만
그래도 탐스러운 눈꽃송이가 싫지만은 않은지
몽실몽실 눈꽃을 피워올렸다.
앙상한 가지위에도 솜사탕같은 꽃송이가 소복소복 피어나고
방울방울 메마른 열매위에도
동그란 눈송이는 입맞춤으로 감싸안았다.
수만번의 발자국들이 다녀간 오솔길도
무성했던 소나무숲에도
허리가 잘려지고 밑둥만 남은 나무위에도
자연은 더함도 덜함도 없는 눈송이들을 살포시 감싸안고
세상살이에 찌든 영혼들을 위로해 준다.
뽀드득 뽀드득, 사박사박....
한계단 한계단을 오를때마다 마주치는 자연의 신비에
흘러나온 탄성을 주체하지못하고 감탄사만 연신 내뿜으며
찰칵찰칵 셧터를 누르며 행복도 함께 저장하며
어지럽던 세상을 하얗게 덧칠해준 신께 감사를 드린다.
봄의 입김에 살짝 꽃망울을 타트렸던 개나리가
눈꽃의 기습공격에 살짝 놀란 눈치지만
미소만은 잃지않은 풍경에서
나의 입가에도 미소가 사르르 번진다.
자연의 섭리는 참으로 놀랍고 오묘하다.
밋밋했던 산책길이 눈꽃터널로 바뀌어지고
앙상했던 나뭇가지에는
순백의 살이 통통하게 올라있다.
눈의 무게에 짓눌린 가지가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저렇게 튼실한 몸임에도 등에 짊어진 짐이 너무 버거웠나보다.
하지만 비바람에 찢겨진 상처도, 버려진 아픔도
눈꽃속에 묻혀지고 순백의 영롱함으로 채워져 있는 숲은
지금은 휴식중이다.
신께선 아마도 회색빛도시에 묻혀
세상살이에 지치고 삶의 무게에 짓눌린 마음들 잠시 쉬어가라고
이렇듯 깜짝 선물을 준비하셨나보다.
나 여기 분주한 일상 잠시 묻어두고
어지럽던 마음 하얀 눈꽃송이에 정화시키며
얼어 붙고 메마른 마음샘에도
3월의 순백의 샘물이 솟아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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